매직루프, 2023, 서울, 한국

매직 루프, 2023

2023년 7월 14일 — 7월 28일, 갤러리 필로소피, 서울

매직 루프 Magic Loop (2023)는 2022년 여름, 갤러리 필로소피에서 열린 퍼포먼스 «매직 루프 Magic Loop» (2022)의 지속적인 연계 작업으로, 김서희의 ‘옷 만들기’ 과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공유한다. 능동적 옷 만들기와 그에 따른 미적 취향, 입는 행위의 확장 등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연구 과정의 직접적인 공유를 위해, 관객은 협업자로서 ‘옷 만들기’에 참여한다. 쇼룸과 같은 분위기의 갤러리 공간에는 세히쿄의 미완성된 옷들이 각각의 옷을 묘사한 짧은 글이 담긴 택(Tag)과 함께 진열된다. 참여자는 관람을 통해 선택한 옷을 전시장에 마련된 작업대로 가져와 주어진 재료를 사용하여 손바느질, 패치워크, 자수, 뜨개질 등 옷에 직접적인 재단을 제외한 다양한 방식으로 옷을 이어 만든다. 다음 참여자는 이전 참여자가 작업한 옷을 이어받아 작업할 수 있으며 만들기에 참여하지 않는 관람자는 참여자의 만들기 과정을 관람할수 있다. 전시장 내부에는 참여자들의 ‘이어 만들기’에 따라 점점 변화하는 옷들이 진열된다.

김서희는 패션 산업과 일상의 교차점을 조사하며, 어떻게 개인이 패션을 통해 사회에서 진솔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탐구한다. 현대 미디어에 의해 조성된, 이상적인 것들을 따라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이 있는 환경에서 독립적 가치판단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불협화음 속에서 김서희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수많은 목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어떻게 진정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가? 패션은 사회적 규범을 뛰어넘는 강력한 자기 표현 수단으로 칭송받는 동시에, 타인과 자신을 구별하려는 원초적 욕망으로 인해 개인의 깊은 실존적 동기에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이 복잡한 태피스트리 내에서 개인의 자기 표현에 대한 가치관은 일시적인 유행과 끊임없이 진화하는 패션의 역동성을 동시에 반영한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받아들이는 가치는 개개인의 취사 선택을 거쳐 사회 내에서 순환하고, 일시적으로 주인의식을 지닌 개성의 형태를 취한다.

김서희의 탐구는 패션의 덧없고 일시적인 특성이 개인의 주체적 선택과 교차하는 지점에서 활성화된다. 그는 패션의 예술적 가능성에 대한 탐구와 끊임없는 작업적 실천을 통해 옷에 관해 사회적으로 고착화된 의미, 특히 상품화된 것들을 의도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패션에 메타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또한, 옷을 착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형, 변색, 마모의 흔적과 같은 변화를 거침없이 수용함으로써 옷의 의미를 확장한다. 그리고 착용 과정을 동반한 수선은 옷과 패션의 다양한 개념에 뿌리를 둔 독특한 복합성을 구현하는데, 이 꾸준한 행위는 개인이 타인의 관점과 융합하고 사회에서 진솔한 자기 표현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용기를 반영한다.

김서희는 DIY(Do-It-Yourself) 제작 방식을 작업적 실천 삼아 능동적으로 자신의 주체성을 탐색함과 동시에, 참여자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의 고유한 관점 확립과 독립적인 선택, 이의 사회적 공유를 장려한다. 이 협업 과정의 핵심은 제작 및 착용 영역에서 주최자와 참여자 간의 경계를 흐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배적인 소비문화에 지속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패션산업에서 옷의 의미와 역할을 새롭게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