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양말은 어디에, 2024, 가나자와

내 양말은 어디에, 2024

Curated by FYSIKA
Supported by FOC space

 

모두가 이 끈질긴 미스터리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멀쩡히 벗어놓은 양말 한 짝이 도대체 어디로, 왜 사라진 것인지! 당신도 한 번쯤 사라진 양말 한 짝을 찾아 헤매었으리라 확신하며, 최근 재밌게 본 영상 한 편을 공유한다.  


(Video1)


서랍 한 칸에 빼곡한 ‘남은 한 짝’의 양말들. 양말을 계속 잃어버려 미칠 노릇이라는 영상 속 여자가 매우 확정적인 어투로 말한다. “집에 양말 괴물이 있다.” 취재원은 양말이 세탁기 안에 있을 거라 유추해 기계 하부를 점검하지만 다른 잡동사니뿐, 양말은 끝내 찾지 못한다. (그렇다면 정말 ‘양말 괴물’의 소행인 것일까?)


‘양말 괴물’이라는 존재는 오스틴 힐브레히트(Austin Hillbrecht)의 단편 애니메이션 'The Missing Sock (2010)’에서도 등장한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잃어버린 양말을 찾기 위해 세탁기 안을 수색하다가 미지의 포탈(portal)로 빨려 들어간다. 그는 이 포탈을 통해 잃어버린 옷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낯선 세계에 던져지고, 그곳에서 잃어버린 양말을 찾으려 하지만 ‘양말 괴물’의 방해로 끝내 실패한다. 여기서 ‘양말 괴물’은 질량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Video2)


‘양말 괴물.’ 실제로 존재할 리 없는 이 괴물은 비현실적 요소가 개입하지 않고선 양말이 사라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데서 그 존재의 설득력을 얻는다. 프로젝트 “내 양말은 어디에(Ghostly Sock Odyssey, 2024)”는 이 장난스러운 상상의 갈래를 비틀고 파고드는 실험에서 시작되었다. 


앞선 두 영상과 더불어 연관된 자료를 찾아보다가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를 발견했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는 책 ⌜공간과 시간의 본질(1966)⌟에서 ‘자연 발생 블랙홀’을 양말 분실의 원인으로 보았다.* 오스틴 힐브레히트 애니메이션의 ‘포탈’을 연상시키는 이 개념은 양말 분실의 일상적인 현상을 천체물리학적으로 설명한다. 저명한 과학교육자 조지 B. 존슨도 양말 분실에 관해 (이후 입증 과정에서 기각되었지만) 재미있는 가설 두 가지**를 제기했다:(1) 양말 자체에 양말을 사라지게 하는 ‘내재적 특성’이 있다. (2) 양말이 옷걸이와 같은 다른 사물로 변형된다. 


‘양말 분실’이라는 우주적 수수께끼에 대한 이토록 학술적인 접근의 연장선에서, 세히쿄는 아래 새로운 가설을 세웠다. ‘의복 제작자’의 관점에서 말이다.

  1. ‘양말’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놓인 사물이 양말의 이동(혹은 분실)을 촉진하는 ‘포탈portal’로 기능한다. 그러므로 세탁기가 아닌 양말의 이웃 사물, 즉 ‘입을 것(garments)’이 ‘포탈portal’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2.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양말이 어느 날 다시 발견되기도 하는 현상으로 미루어보아, 양말에는 그 자체에 내재된 ‘이동 의지’가 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 양말은 아무도 모르게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의 수행과정은 다음과 같다. 

세히쿄는 여러 점의 ‘웨어러블 포탈(wearable portal)’, 즉 ‘포탈로 기능하는 입을 것’을 제작했다. 그다음, 수편기로 만든 여러 쌍의 양말 중 한 짝씩을 각기 다른 웨어러블 포탈에 임의로 부착했는데, 이는 양말이 제자리를 벗어나 분실된 상태를 상징한다. 이렇게 양말 한 짝이 부착된 ‘입을 것’들은 고유의 일련번호(무작위로 분리된 양말 두 짝이 ‘제짝'을 찾는 경위를 추적하기 위함이다)가 부여된 채 어딘가에 무작위로 배치되었다. 혹자가 웨어러블 포탈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구매하여 착용하는 순간부터 분리된(혹은 분실된) 양말의 위치좌표는 착용자의 움직임에 동기화된다. 


이제 양말이 제짝을 찾을 가능성은 오직 다음의 경우에 의존한다. 짝을 이루는 양말이 한 짝씩 부착된 두 점의 웨어러블 포탈을 각각 소지한 두 명의 착용자가 우연히 마주치거나, 제짝을 찾기 위해 서로를 일부러 추적하는 경우. (한 사람이 짝을 이루는 양말이  부착된 웨어러블 포탈 두 점을 구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매우 희박할 것이다.) 옷을 입고, 입은 채 생활하며 발생하는 착용자의 일상적 움직임이 분리된 양말 두 짝의 재결합이라는 극적 결말을 도출할 수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그것은 착용자의 주체성이 가져온 결과일까, 양말에 내재된 ‘이동 의지’가 발현된 결과일까? 착용자의 주체성과 양말의 내재적 의지는 완벽히 상호 독립적인가? 실험을 통해 이 질문들의 답을 찾게 된다면 잃어버린 양말의 미스테리를 풀기 위한 많은 이들의 지난한 노력에 작은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 호킹, 스티븐; 펜로즈, 로저(1996). 공간과 시간의 본질(2010년 13번째 재판). 뉴저지주 프린스턴: 프린스턴 대학교 출판부. 59쪽. ISBN 9781400834747. 2021년 8월 11일 확인.

** 존슨, 조지 B. (2008년 11월 8일). "과학에 관하여: 사라진 양말 사건". 세인트루이스 공공 라디오. 세인트루이스 공공 라디오(NPR). 2021년 8월 11일 검색됨.

 


 

The exhibition was curated by FYSIKA and supported by FOC space

Photo: Dai MIYATA (Konel)
Poster illustration: Yuichi ETO 
Text proofreading: Haeun Kim (Bench and Press)
Special Thanks to Dai, Euna, Issei, Keiko, Satoco, Sena, Seoyoung, Tomoaki, Yui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