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ipes in practice: i love stripes, 2025
Stripes in practice: i love stripes, 2025
Stripes in Practice: i Love Stripes 프로젝트는 스트라이프 패턴이 착용자의 움직임과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요소들과 함께 변화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시리즈 작업이다. 역사적으로 스트라이프 패턴은 사회적 규율, 위계, 혹은 저항의 상징으로 기능*해왔으며, 프로젝트는 이를 니트라는 유연한 매체를 통해 실천적으로 접근한다.
니트는 반복적인 제작 방식과 구조적 탄성을 지닌 재료로, 스트라이프 패턴의 규칙성과 변형 가능성을 동시에 수용한다. 이를 통해 패턴은 표면 장식의 의미를 넘어, 패션 이론가 Joanne Entwistle이 논의한 몸과 옷의 상호작용처럼 물질성과 착용 경험 속에서 의미를 확장한다. Entwistle**은 옷이 단순한 외피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착용 방식에 따라 형태와 의미가 변하는 상호작용적 요소라고 설명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스트라이프 패턴은 니트라는 유연한 매체 위에서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늘어나거나 틀어지며, 정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몸과 함께 변화하는 ‘움직이는 패턴’으로 작용한다.
또한, 크리티컬 패션 연구에서 논의되는 패션 시스템의 규범적 구조를 해체하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Kate Fletcher와 Mathilda Tham은 Earth Logic***에서 패션 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표방하는 것을 넘어, 성장 중심의 구조 자체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표준화된 디자인과 대량생산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패션을 환경적·사회적 관계 속에서 더욱 깊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실험적인 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제작 과정과 착용 경험을 포함한 패션의 근본적인 구조와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에 따라 Stripes in Practice는 스트라이프 패턴의 ‘규칙성’을 절대적인 미적 기준으로 보기보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규칙성과 실수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러한 불규칙성은 오류가 아니라, 패턴의 생산 방식과 시각적 질서를 전복하는 실천적 전략이 된다. 나아가, 패턴을 장식적 요소로 한정하지 않고, 착용자의 몸과 관계를 맺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과정으로 탐구한다. 이를 통해, 패션을 정해진 형식에 맞춰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과 착용 과정에서 관계적으로 형성되는 실천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제안한다.
완벽한 규율 속에서는 작은 실수가 더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원리를 스트라이프 패턴 속에서 실험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정렬된 스트라이프는 규칙성을 상징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나 어긋남은 오히려 패턴을 더욱 강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수를 교정하는 대신, 그것을 적극적으로 디자인의 일부로 수용하며, 니트의 직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거나 혹은 부자연스럽게 반영되도록 한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패턴을 재료적 실천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자유롭게 변주하고, 우연성을 포용하는 디자인 방식은 옷을 ‘입기 위한 옷’에서 ‘경험하는 옷’으로 확장한다. 실수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강조하며, 그 속에서 작은 재미를 발견하는 것—이것이 이 수작업 프로젝트가 스트라이프 패턴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이 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지는 옷들은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며, 곧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Michel Pastoureau, The Devil’s Cloth: A History of Stripes and Striped Fabric, trans. Jody Gladding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01), 15.
**Joanne Entwistle, The Fashioned Body: Fashion, Dress and Modern Social Theory (Cambridge: Polity Press, 2000), 34–37.
***Kate Fletcher and Mathilda Tham, Earth Logic: Fashion Action Research Plan (London: The J J Charitable Trust, 2019), 12–15.
Photo: Sehik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