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 의식을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 2021, 서울, 한국

여행 가방: 의식을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 2021

퍼포먼스는 죽음과 다음 생 사이의 간격에서 행해지는 의식 중 망자를 인도하는 과정을 설명한 티베트 사자의 서(1995)에서 영감을 받아, 의미론적 접근 방식으로 ‘입는 행위’를 탐구한다.

《여행 가방: 의식을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2021)는 사후 여정에 필요한 물건들을 담은 가방으로, 김서희는 평소 죽음과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을 이어오며 가장 오랫동안 신봉해온 불교적 세계관, 특히 티베트 사자의 서에 기반한 관점을 이 작업에 담아냈다. 그는 이러한 상상을 수공예 직물을 통해 구체화했는데, 바느질과 뜨개질 등의 반복적 행위로 완성된 천들은 그 자체로 몸의 흔적과 시간을 품고 있으며, 죽음 이후의 여정을 위한 의식의 물질적 기반이자 수행의 흔적으로 기능한다. 수공예 직물은 비물질적 개념인 영혼, 윤회, 해탈 등을 물성 안에 담아내며, 이 작품 안에서 ‘옷’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선 상징적 장치로 작동한다.

가방 안에 담긴 뒤꿈치가 여러 개인 양말, 세 점의 목걸이, 코끼리 부적, 의식을 위한 옷, 봉인된 주머니, 그리고 이들을 착용하고 사용하는 순서를 기록한 설명서는 죽음 이후의 세계와 영생, 그리고 그 경계를 통과하기 위한 행위로서의 ‘입기’에 대한 상상을 이끌어낸다.


여행 가방: 의식을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 2021
나무 상자, 나무, 양모, 강철, 면사, 면직물, 종이
43.7 x 33.5 x 33.5cm

 

영상: 김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