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옷은 대개 이미 정해진 형태로 우리에게 온다. 셔츠, 바지, 드레스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이 어떻게 입혀질지, 누구의 몸을 전제하는지가 함께 정해진다. 우리는 옷 자체보다 그 옷을 입은 모습을 먼저 상상한다. 이러한 상상은 사회적 기호와 문화적 코드의 반복 속에서 익숙해진 것이다.
우리는 몸과 옷의 관계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것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좀처럼 묻지 않는다. 몸과의 관계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옷은 어떤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까. 몸과 옷의 관계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질까.
Open Garment는 이러한 물음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몸과 옷의 관계가 하나의 방식으로 고정되기 이전의 상태, 그리고 그 상태에서 발생하는 움직임과 기능, 의미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open'은 '형태의 개방성'이 아니라 '관계의 개방성'을 가리킨다. SEHIKYO는 Open Garment를 통해 몸과 옷의 관계가 형성되는 조건을 실험하는 프로젝트이다.
작업은 니팅(knitting)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니트는 여기서 소재나 장식으로 기능함과 동시에, 기존 옷의 구조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기존 옷의 소매와 몸판, 칼라와 밑단 리브, 앞판과 뒷판처럼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요소들은 니트를 통해 새롭게 연결되거나 분리되며, 옷은 관계가 새롭게 구성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SEHIKYO는 옷을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몸과 옷의 관계를 둘러싼 이미지와 해석을 탐구한다. 동일한 작업도 평면에 놓여 있을 때, 착용되었을 때, 사진으로 기록되었을 때, 혹은 텍스트로 설명될 때 서로 다른 이미지와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이미지의 이동과 변화는 작업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며, 하나의 작업은 서로 다른 매체와 상황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해석을 만들어낸다.
세히쿄 SEHIKYO
세히쿄 SEHIKYO는 2019년 서울에서 시작해 현재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패션 리서치 기반 프로젝트이다.
김서희 SEOHEE KIM
김서희는 패션 연구자이자 디자이너로, 2016년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London College of Fashion)에서 패션 디자인 학사를, 2018년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RCA)에서 패션 디자인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는 도쿄예술대학교(東京藝術大学) 미술연구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비평적 패션 연구를 다루는 플랫폼 텍스텀 클럽의 공동 설립자로서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패션의 이론과 실천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고 있다.